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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의 소방 코인 / 출처 : 롤리 파이어 박물관(Raleigh fire museum)

코인 중 코인은 비트코인?
No, 명예와 자부심의 소방코인!

최근 재테크 수단 가운데 하나로, 일명 코인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런데 시시각각 오르내리는 그래프만 봤을 뿐 실제로는 만져본 적조차 없는 이 전자화폐가 등장하기 전에 이미 세상을 움직인 동전이 있었단다. 가족과 국가, 더 나아가 인류를 구해낸 영웅의 서사와 대대로 함께해온 유산은 오늘날 소방코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사기를 북돋아 주려고 만든 로마 군대 코인, 한정판으로 진화?

보통 코인보다 작은 시중 동전 사이즈 / 출처 : Pixabay

이름처럼 대체로 동그랗지만, 정해진 모양이 없으며 색이나 소재 등은 서로 다르다. 보통 우리가 아는 메달보다는 약간 작고 얇으나 시중에 유통하는 동전에 비하면 크다. 흔히 미국과 유럽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소방코인의 특징이다. 소방관을 꿈꾸는 청소년을 비롯해 일반 성인의 마음마저 사로잡는 근사한 디자인 덕분에 수집품으로 각광받고 있는데, 알고 보면 그 역사는 상당히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로마의 동전 / 출처 : Pixabay

지중해를 중심으로 유럽, 북아프리카, 서아시아 등의 패권 장악에 나선 고대 로마는 매일 같이 전쟁이었다. 자연히 끊임없는 정복 여정에 시달려야 했던 군대의 사기 상승이 매우 중요했는데 그저 식량이나 돈을 더 챙겨 주는 정도로는 잠시 기운 차리게 할 순 있으나 고된 생활에 활기를 불어넣기 어려웠다. 따라서 고심 끝에 각 부대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고안해냈다. 당시는 큰 전투를 마치면 대개 다음날 급여를 나눠주기 마련이었다. 이때 공을 세운 군인에겐 보너스로 특별한 문양과 의미의 금화나 은화를 지급했다. 수량을 정해서 일부만 준 까닭에 희귀성이 생기니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구나 탐내면서 의욕을 세우기 시작했다. 또한, 쓰지 않고 지니다가 나중에 귀향해서 직접 보관하거나 사랑하는 연인 등에게 선물하곤 했다. 말하자면 요즘의 훈장 같은 개념인 셈이다.

처형대 위에서 목숨 구한 기념품, 전쟁 후엔 재미난 놀이로

 군 복무한 청년 대다수가 소방관으로 이직하면서 코인 문화가 정착 / 출처 : Wikimedia Commons

흥미롭게도, 단순히 영예의 상징으로 제작해온 코인이 생명과 직결하는 사건이 벌어졌으니 바로 1차 세계대전이다. 우연히 전쟁 전에 미국 공군 비행 중대의 부유한 장교가 부대 엠블럼이 박한 청동 코인을 만들어서 소속 구성원 일동과 기념으로 나눠 가졌단다. 이 중 젊은 대원 한 명이 연합군 소속으로 전투 중 사격을 받아 독일 적진에 불시착했는데 공교롭게 목에 걸고 있던 가죽 주머니를 제외한 모든 소지품을 박탈당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 겨우 전선 근처 작은 프랑스 마을에 피신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신원을 확인해줄 만한 증거였다. 당연히 당장 신분을 알 수 없으니 프랑스군은 처형대로 밀어붙일 태세였고, 마침 주머니 속 코인이 생각난 그는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코인 챌린지에서 빈손인 사람이 술값을 내는 규칙 / 출처 : Pixabay

고국으로 돌아간 군인이 전한 이야기가 시초였는지 아니면 군 복무하다가 전쟁 마치고 대다수 소방관으로 이직해 소방코인을 제작한 청년세대 사이에서 소문이 돌았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냉전 시대부터 심지어 지금에 이르기까지 서구권에서 유행하는 독특한 놀이가 있으니, 바로 코인 챌린지다.

규칙은 간단하다. 소방서에서 회식이나 파티 도중 누군가 코인 체크(Coin Check)를 외치면 다들 자신이 소장한 코인을 내놓고 보여줘야 한다. 모두 잘 가지고 있을 땐 도전자가 전원에게 음료나 술을 사야 할 테다. 반면, 빈손인 사람은 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신 돈을 지불한다.

소방대원의 피 · 땀 · 눈물, 그리고 행복과 영광을 담은 상징

오늘날 더욱 다양해진 소방 코인 형태 / 출처 : firefighter.com

앞서 소개한 챌린지는 술값 경쟁인 동시에 우스갯소리로 전국코인자랑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미국 소방서에선 화재나 재난재해 현장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 대원에게 명예로운 코인을 선사하니 이참에 널리 알리고 즐거워한다.
그런가 하면, 눈물 어린 이야기 또한 남겨놓는다. 같이 일하던 소방관 가운데 사망자 발생 시 제작하는 메모리얼 코인이다. 유족과 남은 대원을 위로하기 위해 수여하는 이 동전은 애도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주조한다.

소방 분야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수집 가능하다 / 출처 : firefighter.com

행복과 웃음을 포함해 피와 땀, 눈물 등을 아로새긴 코인은 비단 소방 분야 종사자가 아니어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국경일이나 마을 소방서 기념일에 열리는 축제, 바자회 등에서 수익금 기부 목적으로 코인을 판매하는 까닭이다. 또, 우리나라에선 이베이, 아마존 등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에서 해외 구매가 가능하다.
그러니 혹시 보유할 기회가 생긴다면 반짝반짝하게 잘 닦아 소중히 보관할 뿐 아니라 그 안에 서려 있는 뜻에 한 번쯤 관심 가져보는 건 어떨까.

글. 오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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