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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방안전원은 화재취약계층의 화재예방을 위해 소화기와 화재경보기를 보급하고 있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
함께 지켜가야 할 소방안전

우리시대의 소방안전 사각지대를 돌아보며

빛이 있다면 잘 보이지 않은 곳에, 혹은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곳 어딘가에는 그림자가 있다. 강변을 달리는 시원한 오픈카의 여유가 있다면 매일 출퇴근길의 미어터지는 지하철에 몸을 구겨 넣는 빡빡한 일상이 있고, 고층빌딩과 도시의 화려한 신세계가 있다면 다닥다닥 붙어 있는 판자촌과 고시원에서의 고단한 구세계가 여전히 있다.

1990년 3월 서울 마포구. 한 반지하 방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사람들이 놀라 달려갔을 땐 이미 늦고 말았다. 부모님이 나간 후 성냥으로 불장난을 했던 4살과 5살의 남매는 불이 옷가지와 옷장으로 옮겨붙었고 큰불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대피하지 못한 남매는 질식사하고 말았다. 남매의 안타까운 사고는 사실 예고된 불행이었다. 가난을 이기기 위해 각각 경비원과 파출부로 맞벌이를 해야 했던 부부는 어린 두 남매가 행여나 밖으로 나와 다치지나 않을까 걱정하여 밥을 차려놓고 요강을 들여놓은 다음 방문을 밖에서 잠가 아이들이 나오지 못하게 한 후 일을 나갔다. 어디 맡길 때도, 의지할 곳도 없었던 부부에게 아이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들에게 있어 안전은 가까이할 수 없는 신기루와 같았다.

취약계층에게 닥치는 화재는 삶의 마지막 희망마저 송두리째 앗아가는 재앙이 된다

이와 비슷한 일이 얼마 전에도 있었다. 지난 9월 14일 인천의 한 빌라에서 아버지 없이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던 두 형제가 코로나19로 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엄마마저 집을 비운 사이 배고픔에 라면을 끓이는 도중 화재가 발생해 형은 전신 3도 중화상을 입었고 동생은 안타깝게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코로나19에 의한 이례적인 사건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30년 전의 성냥남매 사건과 본질적으로 그 원인과 결과가 다르지 않다. 그것은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이웃들이 안전과 화재의 위험에 더욱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적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다양한 방면에서 발견되는 양극화는 여전히 사회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양극화는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미래로 한 발짝 나아가는 것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는 안전과 소방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2019년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층의 화재 사망률이 다른 연령에 비해 3.4배였으며, 장애인의 화재 사망률 또한 일반인의 3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층에 따른 화재 위험 인식도 조사. 연령이 높을수록 화재에 대해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다 ⓒ사회안전에 대한 인식도, 통계청

최근 10년간 우리 사회는 다방면에서의 노력을 통해 화재 발생률에서 15%, 화재 사망률에서 30% 가까이 줄이는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어린이, 노인, 장애인, 외국인,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은 사회적 취약계층에서의 화재 발생률과 사망률은 여전하거나 아니면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이다. 전체 화재 사망률에서 취약계층의 사망률은 절반에 이러는데 이는 열악한 주거환경, 화재안전에 대한 사회적 투자의 미약 등에 의해서이다. 하루하루 먹고살기 어려운 이들에게 안전과 화재예방은 넘볼 수 없는 높은 나무이며, 이들에게 주어져야 하는 지원 조차 올해에는 코로나19 등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소득 분위별 화재 위험 인식도 조사. 소득이 낮을수록 화재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소득이 높을수록 화재에 대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기고 있다 ⓒ사회안전에 대한 인식도, 통계청

정부는 취약계층의 안전 확보를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지난 2019년 7월 정부는 ‘제4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에서 2024년까지 재난·안전사고 사망자를 4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며 이를 실천할 방안 중 하나로 ‘포용적 안전관리’를 통한 취약계층 보호와 지원 정책을 실시해 취약계층의 안전·화재 사망률을 57% 가까이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까지 안전취약계층 가구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모두 보급한다는 목표에 따라 지난해까지 전체 123만여 가구 중 70%인 86만 가구에 대한 설치를 완료했으며 올해 12만 가구에 추가 보급해 80%까지 달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주택용 소방시설이란 화재 초기 시 소방차 1대의 위력을 가진 소화기와 화재를 감지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경보음을 울려주는 단독경보형감지기를 말하며, 대한민국은 화재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주택화재로 사망함에 따라 2017년 2월부터 모든 주택에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가 의무화되었다.

한국소방안전원 역시 2006년도부터 화재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에게 주택용 소방시설을 보급하는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전국 14개 지부에서는 매년 농어촌마을이나 도서지역과 같은 화재취약지역의 주민이나 저소득층, 독거노인,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소방시설을 무상으로 보급하고 있으며, 주민들에게 소화기 사용방법, 화재시 대피요령 등 안전교육도 실시하며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한국소방안전원은 2006년부터 올해까지 15년간 화재취약계층에게 소화기 약 2만5천개와 감지기 약 2만1천개를 보급했다.

그 밖에도 아동양육시설 및 외국인주민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다양한 맞춤형 소방안전 체험교육을 지원하여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한국소방안전원은 다양한 소방안전 체험교육을 지원하여 안전사회 구현에 앞장서고 있다.

올해 전 세계는 코로나19라는 충격으로 인해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지, 그리고 우리가 지금까지 구축해놓은 안전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 그 현실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봤다. 이를 통해 우리는 소방안전의 영역에서도 작금의 시스템이 미래의 재난에 대비해 온전하게 작동되는 것인지 그 사각지대는 없는 것인지 꼼꼼히 다시 확인해 봐야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를 대처하는 우리 K-방역은 세계적인 인정을 받으며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발전하여 이제 드디어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것이 아닌가 하는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조속한 검진과 방역이라는 시스템적인 선진성과 함께 자비를 털어 마스크를 나눠주고 서로에게 감염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마스크를 벗지 않는 높은 국민의식이 있었다.

이처럼 우리 사회가 재난과 화재의 위험으로부터 더 나은 대처와 더 나은 삶을 이뤄내기 위해선 모든 국민의 안전이 같은 가치로 인정받고 함께 그 가치를 지켜주기 위한 상부상조가 필요할 것이다. 한 사람의 재난과 화재는 우리 모두의 피해이며 몫인 것이다.

글. 최호철(소방안전플러스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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