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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의 정신건강

코로나19와 네일아트, 그리고 립스틱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지난 5월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위축과 함께 재택근무,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으로 화장품이나 향수 등 올해 글로벌 뷰티산업의 매출이 상반기 20~30%, 하반기 최대 3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세계 최대의 종합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은 세계 화장품 시장이 1분기에만 약8%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뷰티산업의 전반적인 매출 급락 속에 일부 품목들의 소비가 폭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1일 미국 최대의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이 1분기에서 전년 대비 네일케어 218%, 헤어염색 17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러한 양상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유사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와 비슷한 일이 1930년대에도 있었다. 당시 미국에는 말쑥하게 슈트를 차려입은 거지들이 즐비했는데, 이는 대공황으로 인해 노동인구의 25%, 700만명 이상이 실업자로 전락했기 때문이었다. 주식은 폭락하고 국가경제는 파탄이 나버린 것이다. 하지만 대중의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립스틱의 매출만은 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했는데, 경제학자들은 이를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라 칭했다.

립스틱 효과란 불황기에 맞춘 작은 사치를 통해 심리적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성향으로, 엄혹한 시기에 저렴한 비용을 들여 화려한 화장으로 미적 욕구를 채워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작용한 현상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의 네일아트 매출폭증 또한 이러한 립스틱 효과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국면에서 모두가 립스틱 효과처럼 현명하게 스트레스나 욕구를 해소하는 것은 아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궐련담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 또한 글로벌 정보분석 기업 닐슨은 봉쇄령이 이뤄지는 동안 미국의 주류 판매량이 전년대비 55%, 세계적으론 291% 증가했다고 전했으며 우리나라의 유통업체들 또한 주류 판매량이 작게는 10%, 많게는 20%이상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할 수 없는 파도, 코로나 블루

세계의 여러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결정적인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코로나19가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여파로 1930년대 대공황보다 심한 글로벌 경제 붕괴가 초래될 것이라는 금융 전문가들의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감염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경제침체에 따른 낙담과 좌절 등 사회전반적인 우울감과 무기력증이 우리의 일상을 엄습하고 있다.

지난 4월 경기연구원은 전국 1,500명을 대상으로 한 ‘국민 정신건강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불안이나 우울함을 느끼는 사람이 메르스 때의 1.5배에 달하는 45.7%에 이른다고 밝히며 집단적 트라우마 확산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제 미국의 약국 혜택 관리 회사인 익스프레스 스크립트(Express Scripts)의 4월 16일 보고서에 따르면, 2월 중순에서 3월 중순 사이 항우울제 처방이 34.1% 증가했고, 불안과 우울증 및 불면증 치료제가 21% 증가했다고 전했다.

여기 흥미로운 조사가 하나 더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은 지난 1월 31일 ~ 2월 4일, 그리고 2월 25일 ~ 28일 두 차례에 걸쳐 코로나19에 대한 국민 감정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1차 조사에선 불안 60.2%, 공포 16.7%, 충격 10.9%, 분노 6.8% 순이었던 반면, 2차 조사에선 불안 48.8%, 분노 21.6%, 충격 12.6%, 공포 11.6% 순으로 조사됐다. 처음엔 불안을 느끼다 점점 분노로 전이되는 양상이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몇몇 심리학자들은 작금의 코로나19의 진행상황과 사람들의 감정이 ‘죽음의 5단계(5 stages of grief)’와 매우 유사하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는 미국의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가 1969년에 쓴 ‘죽음과 죽어감’에서 언급한 모델로, 사람이 죽음을 선고받으면 이를 인정하기까지 부정, 분노, 협상, 우울, 수용의 5단계를 거친다는 이론이다. 결국 우리 사회가 코로나19의 장기화를 거부하고픈 마음에서 발생하는 불안, 분노, 우울의 감정적 단계를 슬기롭게 이겨내고 잘 지나가서 심리적인 평온의 단계인 수용과 인정의 단계까지 어떻게 도달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일상으로의 초대

적당한 그리고 올바른 정보만

사람들은 거역할 수 없는 대상과 맞닥뜨릴 때, 그것으로부터 오는 불안과 무력감을 이겨내기 위해 보다 많은 정보와 뭔가 특별한 정보를 갈망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들이 우리의 정신건강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 먼저 코로나19 국면에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정보들을 많이 접하다 보면 불안과 우울증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이럴 땐 뉴스를 보는 시간을 제한하고 SNS를 잠시 중단하는 것이 좋다. 또한 SNS나 개인방송 등에 의해 온갖 미신과 가짜뉴스가 사회불안을 조장하고 갈등과 혐오를 부추기고 심지어 이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미신과 가짜뉴스를 판별하고 올바른 정보를 통해 유의미한 판단을 하기 위해선 신뢰할 수 있는 공인된 매체로부터 정보를 선별해 취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택트(Untact) 시대엔
‘온택트(Ontact)’

이 압도적인 바이러스는 우리 자신을 스스로 가두게 한다. 외출을 삼가고, 재택근무를 하며, 온라인 강의를 듣게 한다. 접촉하지 않는 언택트가 뉴노멀이 되는 시대로 코로나19는 우리를 재촉하고 있다. 그렇다고 코로나19가 인간의 관계성을 해체한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다만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한다고 받아들이면 된다. 바로 온라인을 통한 콘택트, 온택트의 인간관계가 확장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에라도 친구가 많고 사회 관계성이 좋은 사람이 건강하고 장수한다는 연구결과는 무수히 많다. ‘생활 속 거리두기’라는 조건에서의 인간관계는 물리적인 제한은 있어도 심리적인 제약은 없다. 문제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실행하는 것이다.

나만의 립스틱 바르기

최근 반려동물과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바깥활동과 친목모임들이 줄어들면서 관계성이 약화된 사람들이 반려동식물을 키움으로써 약화된 관계성을 회복하고 우울감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라는 고립감에서 극복하기 위해 애정의 대상이 있는 것은 정신건강에 상당히 유익하다. 그리고 경우 따라 그러한 애정의 대상이 본인 자신이 될 수도 있다. 앞에서 밝힌 대공황 시대의 립스틱 효과처럼 자아실현과 욕구충족을 위해 스스로에게 시간과 자원을 투자한다는 것은 자존감과 만족감을 높이는 좋은 수단이 된다. 이를 위해 합리적인 소비, 적절한 취미와 운동 등 정신적·육체적으로 자신을 가꾸는 것이, 그렇게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코로나19를 이기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글. 최호철(소방안전플러스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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