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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탐방



속담으로 만나는 따듯한 ‘죽’ 이야기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오르면서 요즘은 계절 구분이 사라졌다. 가을을 맞는다는 절기, 처서가 지나도 날씨를 예측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선선해지는가 싶더니, 또 어떤 날은 여름을 연상시키는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인가.
이런 오락가락한 날씨를 탓할 때 사람들은 ‘변덕이 죽 끓듯 하다’는 말을 곧잘 사용한다.
 

우리 속담에서 홀대받는 ‘죽’

‘변덕이 죽 끓듯 하다’는 속담은 말이나 행동이 잘 변하는 모습을 나타낸 관용구다. 왜 죽이 변덕을 상징하게 됐는지는 죽을 만들어 봤다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죽은 곡물을 주원료로 하여 많은 양의 물과 함께 오랜 시간 끓여 만드는 음식이다. 죽을 만들면 불의 세기에 따라 거품이 커졌다가 작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거품의 크기도 제 각각이다. 부글부글 끓으며 커지다 잠잠해지는 죽의 거품은 꼭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의 마음과 닮았다. 죽은 시간과 정성을 많이 들여 만드는 보양식임에도 ‘죽’이 들어간 말은 좋지 못한 상황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죽을 쑤다’는 표현이 그렇다. 어떤 일을 망치거나 실패했을 때 사용하는 이 말은 죽을 만드는 과정을 부정적으로 표현했다.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만드는 죽의 특성 때문에 이도 저도 아닌 모양새를 일컬어 생긴 말 같다. ‘죽 쑤어 개 준다’는 말도 그렇다. 죽 자체는 좋은 의미로 사용됐지만 속담이 가리키는 방향이 좋지 못하다. 어렵게 이룬 일이 엉뚱한 사람에게 간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상들 사랑이 듬뿍 담긴, 영양 가득 ‘팥죽’

  • 효능붓기, 노폐물 제거, 당뇨 예방
  • ㆍ 영양소: 탄수화물, 비타민A, 칼슘, 칼륨, 니코틴산, 인 등

하지만 죽이라고 다 홀대받는 것은 아니다. 팥죽만은 예외인 듯하다. 팥죽은 우리나라 전통음식으로 조상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팥죽이 들어간 관용구를 살펴보면 팥죽에 대한 조상들의 각별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동짓날 팥죽 한 그릇은 일 년 열두 달 보약보다 낫다’란 말이 있다. 일 년 중 가장 밤이 길고 낮이 짧은 날 동지는 태양이 부활한다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작은 설날이라 불릴 만큼 중요한 날에 팥죽을 먹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동짓날, 팥죽을 먹는 것은 팥의 붉은 색이 악의 기운을 물리치는 데 효과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액운을 물리치기 위해 팥죽을 먹었지만, 팥죽은 신앙적인 측면을 뛰어넘어 영양가가 높은 음식이다. 팥죽은 탄수화물 외에도 비타민A, 비타민B1, 비타민 B2, 니코틴산, 칼슘, 칼륨, 인 등 다양한 영양소가 포함된 식품이다.

특히, 팥에는 부기를 빼는데 효과적인 칼륨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임산부에게 좋다. 붓기와 노폐물 제거에 탁월한 기능을 발휘해 체중관리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 밖에도 팥은 인슐린 분비 촉진을 도와 당뇨를 예방하는 작용을 한다.

물론 다른 죽도, 영양소가 풍부한 재료가 들어가겠지만, 조상들에게 팥죽은 악귀를 쫓는 상징부터 영양 가득한 보양식까지 더욱 의미가 각별했던 것 같다. 각종 영양소도 풍부한데 맛까지 좋았던 팥죽은 ‘조상보다 팥죽에 마음이 있다’는 말에서 직접 드러난다. 자기의 할 일은 소홀히 하고, 잇속을 차리는 행위를 꼬집는 말이지만, 속담 자체만 보면 팥죽이 얼마나 매력적인 음식이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
 

귀한 음식 ‘팥죽’은 함부로 주기 싫었던 모양이다. ‘자기 자식에겐 팥죽을 주고 의붓자식에게 콩죽 준다’는 말에 잘 나타나 있다. 글자 그대로 자신과 관계가 두터운 자식에게 좋은 음식을 대접하려는 마음이 담겨있다. ‘신주 싸움에 팥죽을 놓지’란 옛말에서 팥죽은 신주들의 다툼조차 막을 수 있는 위대한 음식으로 등장한다.

조상님들이 좋아하고, 즐겨 먹던 음식인 팥죽은 현대인들에게도 매력 만점이다. 팥죽 위에 떠 있는 하얀 새알심은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팥죽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팥을 전문으로 한 디저트 프랜차이즈 가게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꼭 팥죽이 아니더라도 죽은 오늘날 대표 건강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재료도 더욱 다양해져 개인의 입맛과 취향을 고려한 여러 종류의 죽들이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죽 한 그릇으로 전하는 따듯한 ‘情’

요즘은 건강식으로 인기가 많지만 죽이 들어간 관용구를 살펴보면 의미가 왜곡된 경우가 많았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 곡식 대신 죽으로 삶을 이어갔던 것을 떠올리면 죽은 가난의 상징이기도 했다.하지만 죽을 향한 조상들의 본심에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하려는 따듯한 마음이 깃들어 있다. 동짓날 이웃과 함께 팥죽을 먹던 관습은 새해에 좋은 일이 생기길 기원하는 마음도 있지만,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려는 마음이 더 컸다.과도한 스트레스로 속이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현대인이 많다. 소화가 잘 되는 죽은 이런 현대인에게 안성맞춤이다. 소박한 재료로 만들지만 죽은 영양이 풍부한 건강 식단이다. 죽이 주는 깔끔함과 정갈함은 주변 지인들에게 대접할 음식으로도 손색없다. 많은 음식이 인스턴트로 대체되는 요즘, 시간과 정성을 들여 죽을 만들어보자. 지인과 함께 먹는 죽 한 그릇 속에 행복도 모락모락 피어날 것이다.
 

글. 소방안전플러스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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